학부모와 함께 아동학대 고민 해결한 열린어린이집
[공동기획] '아름다운 소통, 즐거운 어린이집' 대한민국 어린이집 미소(美疏) 캠페인
스마트알림장 키즈노트(대표이사 최장욱 김준용)와 베이비뉴스는 아이와 엄마, 선생님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소통, 즐거운 어린이집'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대한민국 어린이집 미소(美疏) 캠페인'(http://miso.ibabynews.com)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믿고 소통할 방안을 찾기 위한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
▲ 20일 오전 서울 강동구 상일동 구립 코알라어린이집 감사해반(만 5세반). 학부모 참여로 이뤄지는 보육프로그램 365일 맛나선생님 시간에 학부모 김은미(32) 씨가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조리실에서 밥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는 오전 11시 40분쯤이면 서울 강동구에 있는 구립코알라어린이집에는 엄마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엄마들은 문을 열어준 선생님과 가볍게 목례로 인사를 나누고는 앞치마를 두르고 각자 아이들 반에 들어간다. 아이들은 “어! XX 엄마다!” 하며 반기거나 “누구 엄마예요?” 하며 호기심 어린 얼굴로 엄마들을 맞이한다.
학부모가 집에 들어가듯 편안히 들어서는 이곳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코알라어린이집을 20일 오전 찾아가봤다.
◇ SNS와 스마트알림장으로 의사결정에 부모가 참여
▲ 20일 오전 서울 강동구 상일동 구립 코알라어린이집 감사해반(만 5세반). 학부모 참여로 이뤄지는 보육프로그램 365일 맛나선생님 시간에 학부모 김은미(32) 씨가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코알라어린이집은 개원 때인 2012년부터 열린어린이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집 안에서 이뤄지는 주요 의사결정은 SNS를 통해 부모들과 함께 결정한다. 반별로 채팅방이 만들어져 있는데, 그 안에서 주요 정보와 의제가 논의된다. 스마트알림장 키즈노트도 소통 창구 중 하나이다. 공지사항을 올리면 댓글로 소통하며 의사를 결정한다.
점심시간에 학부모들이 찾아와 진행하는 프로그램 ‘365일 맛나 선생님’도 부모와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나온 것이다.
코알라어린이집 교사와 부모들은 올해 초 인천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 어린이집은 안전한가’를 두고 고민하며, 아동학대를 막을 방법을 고민했다. 원장과 부모들 모두가 현재 일하는 교직원들을 신뢰하지만, 아동학대가 생길 가능성은 어느 보육환경에서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아동학대가 점심시간에 벌어졌다는 점에 집중했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가장 분주한 시간에 학대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찾아낸 것. 코알라어린이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한 반에 있는 아이들을 먹이는 데 얼마나 움직여야 하는지 동선과 움직임을 일일이 확인했다.
그 결과 교사들은 가정에서 엄마들이 아이 한 명을 먹일 때보다 10배가량 더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 사람이 돌봐야 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많을 뿐 아니라 단순히 밥을 차려 먹이는 것 외에 양치질, 아이들의 질문 등까지 챙겨야 하는 탓이다.
교사들의 근무환경을 알게 된 부모들은 자원봉사로 교사를 돕자고 뜻을 모았다. 논의가 계속되면서 부모들이 단순히 급식과 청소를 돕는 데서 그치지 말고 바른 식생활을 주제로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것으로 의견이 발전했다. 취재 차 방문했을 때도 3명의 엄마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이은주 코알라어린이집 원장은 “주요 사항을 혼자 결정하면 반발이 많은데, 의제를 공유하는 순간 문제는 80% 정도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을 두고 갑론을박 하고 있을 때, 코알라어린이집 학부모들과 보육교직원들은 아동학대 걱정 없는 어린이집을 만드는 진짜 방법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머리를 맞댔고 결국 해답을 찾은 것이다.
◇ 참관은 사절, 참여는 OK
▲ 부모가 어린이집 활동에 참여하려면 '보조교사' 역할을 다해야 한다. 사진은 11월 견학을 앞두고 부모들이 모여 회의하는 모습. ⓒ코알라어린이집
부모들에게 늘 열려 있는 코알라어린이집이지만, 참여에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부모가 와서 참관만 할 게 아니라 보육에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알라어린이집은 매년 열리는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한다. 부모는 ‘보조교사’ 역할로 참여해야 한다. 어린이집에 오면 하다못해 청소라도 해야 한다.
이런 전제에 동의만 하면 모든 프로그램은 열려 있다. 계획표에 따라 참여 의사를 밝히고 해당 프로그램이 열릴 때 오면 된다. 별도로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아도 어린이집에서 도움이 필요한 프로그램이 열리면 부모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와 돕기도 한다. 올해 여름, 어린이집 앞에 물놀이할 공간을 만들고 놀 때 부모들이 삼삼오오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뒷정리를 도왔다.
견학이나 소풍 등 야외에서 수업이 진행되면 부모들은 ‘안전 지킴이’가 된다. 아이들이 차량에 탔을 때 안전띠를 채워주고, 차량이 운행되는 동안 아이들의 상태가 괜찮은지 살피는 등 아이들을 챙겨준다. 단, 자녀가 있는 반에서는 활동할 수 없다. 자녀에게만 주의를 집중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안전 지킴이 역시 부모와 교사가 함께 만든 제도다.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 많은 어린이집이 그러했듯이, 코알라어린이집도 체험학습을 가야 할지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나가지 않겠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부모들은 오히려 “안전을 챙기는 어른이 많다면 아이들도 안전할 수 있다”며 모든 교육활동에 부모들이 안전도우미로 나서자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 뒤로 야외 체험학습에는 정기적으로 8~10명이 안전 지킴이로 참여한다. 특히 매월 아이들과 지하철을 타고 서울 곳곳을 다니는 ‘다 함께 떠나는 지하철 서울 여행’이 있는 날에는 부모가 교사와 함께 아이들의 이동을 돕는다.
◇ 편안한 소통에 부모와 교사 모두 만족
▲ 부모와 교사들이 열린어린이집에서 가장 만족하는 점은 소통이었다. 지난 4월 진행한 '지하철 서울 여행'에 참가한 어린이와 부모가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 ⓒ코알라어린이집
코알라어린이집도 처음부터 부모 참여가 자연스러웠던 건 아니다. 열린어린이집을 처음 접하는 교사와 부모 모두 공부하고 노력해서 지금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1년에 총 4번에 걸쳐 부모 교육 강의를 열고, 매주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모 교육 자료를 배부한다. 이은주 원장은 교실에 자주 들어가서 보고, 상담이 필요한 아이가 있으면 바로 부모와 면담을 요청해 대화를 나눈다.
7살, 5살 두 자녀를 코알라어린이집에 보내는 학부모 김은미(32) 씨는 처음에 어린이집에 오길 망설였다.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불편하게 여길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막상 교육 현장을 찾으니 교사들의 반응이 좋았다. 신속하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
동네에 사는 다른 아이들을 알게 된 것도 김 씨에게는 즐거움이다. “동네 아이들을 이곳에서 자주 보니 가깝게 느껴져요. 보통은 서먹했을 텐데 말이죠.” 김 씨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애정이 생기면서 행동이나 발달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코알라어린이집에 오면서 처음으로 열린어린이집을 접한 6년 차 교사 채지혜 씨 역시 처음에는 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일하는 게 부담스러울까 봐 걱정했다. 그러나 막상 일을 시작하니 장점이 훨씬 컸다.
“어머님들이 어린이집에 오지 못할 때는 궁금하신 것도 많고 걱정도 많으세요. 그런데 이곳은 직접 와서 보고 소통하시니까 어린이집에 관한 이해도가 높으세요. 우리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도 잘 아시고요. 불만이 잘 해소되는 것 같아요.”
엄마들의 참여는 일 때문에 오지 못하는 직장맘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첫째를 코알라어린이집에서 졸업시키고 둘째까지 이곳에 보내고 있는 이선화(39) 씨는 “부모끼리 대화가 원활해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어린이집이다 보니 엄마들끼리 서로 알고 많이 이야기해요. 제가 일하는 엄마에게 ‘요즘 XX가 밥 잘 먹더라’하고 전해주면 안심하죠”라고 말했다.
직접 오지 못해 힘들어하는 맞벌이부부를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만들어 가는 중이다. 올해 10월에는 맞벌이부부가 참여할 수 있도록 SNS와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우리 가족 행복 동요제’를 열었다. 동요제는 가족들이 동요를 부르는 모습을 직접 촬영해 스마트알림장 키즈노트에 올리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함께 시청하고 시상하는 방식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 20일 오전 서울 강동구 상일동 구립 코알라어린이집 사랑해반(만 4세반). 학부모가 함께하는 보육프로그램 356일 맛나선생님에 참여한 학부모 이선화(39) 씨가 보육교사와 함께 아이들에게 급식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이은주 원장은 인터뷰를 시작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 이 모든 노력이 ‘모두 아이를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부모를 안심시키려 하는 방법도, 어린이집이 아동학대를 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방편도 아니라는 뜻이다.
“열린어린이집의 가장 큰 목적은 영유아의 안정된 발달이에요. 부모와 교사가 소통하면서 아이에게 일관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만약 열린어린이집이란 방식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거나 발달을 저해한다면 언제든지 과감하게 안 할 생각이죠. 어른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