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묻는 방식으론 개선 한계…"신뢰 회복이 우선"


[공동기획] '아름다운 소통, 즐거운 어린이집' 대한민국 어린이집 미소(美疏) 캠페인


스마트알림장 키즈노트(대표이사 최장욱 김준용)와 베이비뉴스는 아이와 엄마, 선생님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소통, 즐거운 어린이집'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대한민국 어린이집 미소(美疏) 캠페인'(http://miso.ibabynews.com)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믿고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

 

◇ 아동학대 사태로 촉발된 CCTV 의무화

 

성인 여자가 4살짜리 여자아이의 가는 손목을 잡아 자신의 앞으로 데려온다. 점심시간에 반찬을 남겼다는 게 이유다. 성인 여성은 자신의 앞에 얌전히 선 아이의 얼굴을 손으로 내리쳤다. 아이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넘어진다. 다시 일어선 아이는 무릎을 꿇고 바닥에 떨어진 반찬을 집어 먹는다. 같은 반 아이들은 옆에서 옹크린 채 그 장면을 지켜본다.


올해 1월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어린 아이가 맞아 나가떨어지는 모습,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분노는 증폭됐다. 가해자인 보육교사는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됐고,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 뒤로도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맞은 아이들, 아이들을 바늘로 찌르며 훈육한 교사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지는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에 민심은 크게 노했다.



▲ 지난 4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CCTV 의무화 설치 법안이 포함된 영유아보육법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정부와 정치권이 사건을 수습하려 급히 내놓은 대책은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 의무화'. CCTV가 아동학대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단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모인 학부모 단체는 관련 법안의 통과를 요구하며 국회를 압박했다.

그 뒤로 CCTV 설치 의무화는 급물살을 탔다. 어린이집 내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라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개정안이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그 뒤를 이어 시행규칙과 시행령이 개정돼 지난달까지 모두 입법예고를 마쳤다.

입법예고한 시행규칙과 시행령은 CCTV 설치에 관한 자세한 규정과 처벌 규정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130만 화소 이상, 60일 이상의 저장 공간을 갖춘 CCTV를 각 보육실, 놀이실, 놀이터 및 식당, 강당에 1대 이상 설치해야 한다. 이를 어긴 어린이집은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를 내게 된다.

입법예고한 법률이 그대로 통과되면 당장 9월 19일부터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CCTV 설치 기간 등을 고려해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12월 18일부터 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복지부에 이어 교육부까지 CCTV 설치를 들고 나섰다. 오마이뉴스의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가 전국 시도교육청에 '유치원 내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확대 추진 계획 안내 및 설치 희망 유치원 수요조사 제출' 공문을 보내 유치원에도 CCTV를 설치하라고 권했다.

◇ "CCTV만으로 아동학대 막을 수 없어"

이처럼 정부가 CCTV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CCTV만으로는 아동학대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CCTV 설치만으로 아동학대 예방 조처를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애초에 개정안을 발의한 목표가 아동학대 방지이며, 이를 위해서는 '보육교사 처우 개선'이 병행돼야 함에도 여기에 관해서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CCTV 설치와 보육교사 처벌 방침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가 지난 7월 3일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는 보육교사들의 억울한 심경이 그대로 드러났다. 토론자로 참여한 한 보육교사가 "보육교사의 점심시간 11.1분, 개인 청결 5.5분, 휴식 시간 3.6분"이라는 기록을 읽을 때는 한숨이 나왔고, 30년 동안 어린이집을 운영했다는 한 70대 어린이집 원장이 "어린이집을 (사회에서) 너무 괴롭힌다. 계속 이런 상황이라면 어린이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할 때는 박수가 쏟아졌다.

보육교사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점은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신구대학교 아동보육전공 최명희 교수는 올해 4월 '영유아의 권리 존중을 위한 보육교직원 근무환경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아동학대를 막으려면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보육교사는 교사 대 영유아 비율, 보조자가 없는 현실에서 하루 12시간 보육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이 계속되고, 직업의 특성상 높은 업무 스트레스와 심리적 소진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전문성이 갖춰진 교사라고 해도 부정적인 에너지를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보육의 질을 높이고 영유아의 성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육교직원을 일벌백계할지, 사회적 지지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CCTV 어린이집 설치 의무화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기에 앞서 보육교직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먼저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보육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문제와 별개로 CCTV가 과연 아동학대를 정확히 구분해 줄 수 있는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박아무개(33) 교사는 CCTV 하나로 어린이집과 보육교사의 교육 방침을 판단하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박 씨는 "CCTV 장면 하나로 상황을 판단하는 건 사실 어렵다.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어떤 행동이 있기 전에) 교육의 흐름이 있고 분위기가 있는 건데 CCTV 화면은 어떤 상황에서 그런 장면이 나왔는지 다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 경기도의 한 민간어린이집 원장실에 설치된 CCTV 모니터가 연령별 보육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무엇보다 아동학대의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보육현장 당사자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올해 2월 국회에서 '합리적인 CCTV 운영방안'을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 학부모 대표로 참여한 김유미 씨는 "CCTV는 대안이 아니고 보조일 뿐이다. 사각지대는 어디에도 발생할 수 있다"며 CCTV보다 학부모와 소통이 원활한 어린이집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백선희 교수는 "CCTV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은 교사와 학부모 모두 알 것"이라며 "아이를 부모와 교사가 함께 키운다는 마음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게 중요한데, 지금의 어린이집 구조는 소통이 단절된 상태다.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주대 보육과 이미정 교수 역시 "CCTV가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만 능사는 아니다. 교사와 학부모의 신뢰 관계에 기반을 두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전제한 뒤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들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보육교사 양성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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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기자(eunsil.kim@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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